엄마와 함께 본 ‘Cat’s 오리지널 내한 공연’ 관극 후기

안녕하세요, 민트입니다!

여러분 세계 4대 뮤지컬을 아시나요? 바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이 4가지 작품을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 4대 뮤지컬을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떤 분야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면 아직은 개인적인 견해나 취향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이니까 대표적인 작품, 대표적인 배우님의 공연을 보면서 차츰 나만의 취향을 완성시켜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배우님들의 작품을 보면서 동시에 유명한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챙겨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올 해는 운 좋게 뮤지컬 Cat’s를 예매할 수 있었는데요. 무려 젤리클 석을 잡았습니다! 엄마랑 같이 보러가는 첫 뮤지컬이고 이왕이면 고양이들을 좀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젤리클 석에서 공연을 보고싶었어요. 엄마가 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신나게 공연을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엄마 아빠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세상에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 다 뒤로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해 주셨잖아요. 이제부터라도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취미나 활동들을 해 보려고 해요.


Cat's는 설렘을 안고

비가 살짝 흩날리는 날씨에 캣츠 낮공연을 보러 갔는데요. 기대를 많이 했어요.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할을 가장 많이 하셨다는 Brad Little 배우님도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Old Deuteronomy) 역할로 공연하신다는 점도 너무 좋았어요. ‘빵형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뮤지컬 배우들, 팬들 사이에서 불린다는 Brad Little 배우님! 언젠가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으로 공연하시는 모습 꼭 보고싶네요.

공연장에 들어가면 고양이들 캐릭터 소개가 나와요. 선지자 고양이 (Old Deuteronomy), 매혹적인 고양이 (Grizabella), 반항아 고양이 (Rum Tum Tugger), 하얀 고양이 (Victoria) 등등. 저도 그렇지만 엄마도 어떤 고양이가 나오는지 한참을 관심있게 모니터를 보셨어요. 아무래도 영어로 진행되는 공연이라 조금 더 신경 써서 보고싶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캣츠-캐스트-이미지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곧 관객석 쪽으로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녹색 빛이 나는 고글 같은 걸 쓰고서 관객들 코 앞으로 지나가더라구요! 분장이 얼마나 진짜 고양이 같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연기도 정말 고양이처럼 하더라구요? 고양이를 키우시는 집사분들이라면 더더욱 흐뭇한 표정으로 공연을 즐겼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배우님들이 너무 사랑스럽더라구요. 고양이들 특유의 행동 있잖아요. 앞다리를 세우고 주변을 관찰하는 모습이나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새로운 자극에 집중하는 모습, 하악질 하는 모습, 앞 발을 들어 의사 표현하는 모습 등 정말 고양이 행동을 많이 보고 연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이 시작되고 한동안은 엄마도 고양이가 언제 저기 왔지? 어머~ 진짜 고양이 같다.” 하면서 공연을 즐기셨답니다. 캣츠 배우님들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았어요. 노래도 잘 해야 하고, 탭 댄스, 발레, 연기, 고양이 연기! 정말 못하는 게 뭘까 싶더라구요. 이제껏 봤던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도 있었어요. 노래 없이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장면이 제법 길게 이어진 부분도 있었는데, 배우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관객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래도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고양이들의 이야기라 대사보다는 춤으로 하는 연기도 비중이 높은 것 같았어요.


고양이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요! 

고양이들을 만나러 간 거라 고양이들의 재미있었던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공연 중간에 럼 텀 터거가 OP 석으로 내려와 관객분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정수리에 뽀뽀를 해주는 등 익살스럽고 즐거운 부분도 있었고 인터미션 시작할 때 Brad Little 배우님은 한동안 무대 뒤로 들어가지 않고 타이어에 계속 앉아 계셨어요. 왜 안 들어가시지? 하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과 공연 보러 온 어린 학생들에게 눈 마주치며 인사를 다 해 주셨어요. 그리고 뒤쪽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서 인사도 크게 해주시고 관객들과 한참 소통하다가 무대 뒤로 가시더라구요. 오랜만에 젤리클 석도 부활하고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셔서 기분 좋으신가보다 생각했어요.

고양이가 운동화 끈을 잡아당겨도 놀라지 마세요.

제일 신난 순간은 따로 있었어요! 인터미션 끝나고 2막 시작하는데 공연장 조명이 안 꺼지더라구요? 왜 조명이 안 꺼지지? 했는데 어느새 고양이들이 관객석 중간 중간에 나타나 있었어요! 빨간 코트에 하얀 배 부분을 가진 여자 고양이가 OP석 뒤쪽 파티션 위에 올라가 앉아 있었는데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관객들을 관찰하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내려와서 제 앞으로 오더라구요? 너무 예쁘고 정말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워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운동화 끈을 툭툭 치더니 잡아당겨서 풀어버렸어요! 너무 귀엽고 놀라서 “Oh, my god!”을 외쳤더니 못하게 하는 줄 알고 토라진 연기를 하시더라구요. 너무 신나고 즐거웠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젤리클 석을 예매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코 앞까지 와서 관객들을 빤히 쳐다보고 톡톡 건들기도 하고. 진짜 고양이처럼 그래요.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 물론 배우들을 만지는 것은 안됩니다. 가끔 정말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만지는 관객들이 있는 모양이예요. 진짜 고양이 같지만 배우님들이니까 터치는 하면 안됩니다.

Memory는 역시. 

뮤지컬 캣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넘버가 있죠. Memory 인데요. 그리자벨라의 Memory는 정말이지 아름다웠습니다. 이제껏 음악만 들을 때도 가사가 시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다른 고양이들이 그리자벨라를 피하고 경계하는 모습, 혼자 늙고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쓸쓸해하는 그리자벨라를 보다가 직접 부르는 Memory를 들으니 뭔가 찡하고 더 크게 와닿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래서 역시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들어야 하는구나 했답니다.

마지막에 Brad Little 배우님의 노래도 너무 좋았어요. 타이어 위에서 그리자벨라를 올해의 젤리클 고양이로 보내고 혼자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목소리도 너무 좋으시고 멋있었답니다. 어떻게 배우님들은 노래를 그렇게 편안하게 하시는걸까요? 물론 전문가여서 그렇겠지만 노래 들으면서 , 정말 베테랑이구나,,,너무 잘하신다, 대단하시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른 공연에서도 배우님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계시니까 다른 공연에서도 자주 만나면 좋겠어요!

고양이 이름 맞추기!

공연을 보고 집에 오는 차에서 엄마와 고양이들 이름 맞추기를 했는데요.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등 이름 어려운 고양이들은 못 맞췄어요. 그런데! 중풍 걸린 고양이 거스이름은 엄마가 딱! 기억하시더라구요? 어떻게 기억하냐 했더니 아스파라거스인데 발음 어려워서 거스라고 부른다 했잖아 라고 정확하게 기억했어요. 그리고 그리자벨라도 노래 너무 잘 하더라.” 하시면서 제 차에서 자주 듣던 Memory를 직접 들으니 더 좋더라 하셨답니다.

 

뮤지컬 캣츠는 저에게 오래 기억될 좋은 공연이지만 엄마한테도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우리나라 배우님들이 하는 공연을 함께 보러 가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