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하고 섹시하고 혼자 다 함 – 킬리안 굿 걸 곤 배드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Good Girl Gone Bad’는 킬리안 향수 중에서도 유명한
향수입니다. 이름처럼 청순하면서도 관능적이라고 알려진 향수예요. 처음
향수를 분사하면 달콤한 향이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복숭아 향이라고 하는데, 저는 체리 탕후루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체리 같기도 하고 복숭아 같기도 한 달달한 과일 향기가 제일 먼저 느껴져요. 그런데
그냥 생과일의 달콤함은 아니고 술과 설탕에 졸인 과일의 달콤함에 가깝습니다. 탁 쏘는 상큼한 향은 없고
달달~한 느낌이에요. 달달하다고 해서 기분 나쁘게 진득진득한
달달한 향은 아닙니다. 딱 맛있게 잘 익은 달콤한 과일을 설탕에 졸일 때, 술을 조금 넣은 것 같은 농축된 달콤한 향이에요.
이 달콤한 향이 사랑스럽고 조금은 장난기 있는 소녀의 느낌도 더해주는 것 같아요. 10대 소녀는 아니고 20~30대의 청순한 사람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갖고 있는 느낌입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투명한 실크 천에 가려진 느낌이랄까요?
손에 바로 닿지 않아서 더 매력적일지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느낌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느낌이 아닌 이유는 뿌연 연기 한 가닥이 중간에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담배 연기 느낌 같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숨이
탁! 하고 막히는 담배 연기는 아니에요. 저는 담배 향기를
정말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굿 걸 곤 배드의 이 뿌옇게 탁한 느낌의 향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한참을 바람에 향기를 지우고 들어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흐릿한 한 줄기 향기 같아요. 평소의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같았던 친구에게서 이런 향이 느껴진다면 약간 낯설면서도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나? 하면서 걱정도 될 거 같아요.
담배에 찌든 느낌이 아니라 뿌옇게 매캐한 느낌이지만 신선한 느낌이 있습니다. 뭔가
방금 탁 터진 느낌이랄까요? 은은한 느낌도 있습니다. 설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담배 연기 같은 느낌의 향이 진하지는 않아요. 정말 흐릿하고 연하게 한 줄기 정도만 스쳐 지나가는 정도입니다. 그
스쳐 지나가는 향을 내가 느끼고 반전 매력으로 인식하는 거죠.
![]() |
| 딱 이런 느낌의 향입니다. |
뮤지컬 ‘잭 더 리퍼’와
잘 어울려요.
제가 ‘굿 걸 곤 배드’에
푹 빠졌던 날은 뮤지컬 ‘잭 더 리퍼’를 보러 갔던 날입니다. 잭 더 리퍼와 이 향수가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살인범을
쫓는 형사 ‘앤더슨’은 담배를 피우고, 새로운 인생을 바라는 여주인공 ‘글로리아’는 예쁘고 매력적입니다. 어두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
과거의 순수한 사랑을 품고 있는 ‘폴리’도 애처로우면서 아름다워요. 사랑을 위해 괴물로 변해버린 ‘다니엘’도 무섭지만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이런 느낌들이 그날의 향기 ‘굿 걸 곤 배드’와 너무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향수는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 갈 때 그날 하루를 완성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일정이 있을 땐 더 신중하게
향수를 고르게 됩니다. 그날 하루가 향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테니까요.
킬리안의 향수들은 지속력이 좋은 편입니다. 향기가 흔하지도 않고 고급스러워서
킬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있는 향이라 시향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복숭아는 아니지만 복숭아 같은 달콤한 향이 좋아 시향 했다가 매캐한 향이 툭!
하고 올라와서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 ‘굿 걸 곤 배드’!
코마다 향을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신다면 꼭 시향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